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옴니버스’ 개정안
2024년 7월 25일 발효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은 인권 및 환경 보호에 대한 기업의 법적 의무를 확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며, 취약 집단, 인권 및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들, 그리고 기업인권 활동가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를 포함한 주요 EU 그린딜(Green Deal) 법안들과 함께 “옴니버스 간소화 패키지(Omnibus Simplification Package)”라는 이름으로 규제 완화 재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2024년 여름 제정된 CSDDD는 길고 치열한 입법 과정을 거쳐 도출된 타협안으로, EU 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대기업들로 하여금 글로벌 ‘활동 사슬(chain of activities)’ 전반에 걸쳐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수행하게끔 한다. CSDDD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통일된 민사 책임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피해자의 구제권을 확대하며(물론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실사를 행할 기업의 의무를 강조하는 한편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덜란드 다국적기업 연구소(Centre for Research on Multinational Corporations, “SOMO”)의 분석에 의하면, 당초 제정된 CSDDD의 적용을 받는 EU 기반 기업은 3,400 개 미만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11월 폰데어라이엔(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EU의 CSDDD, CSRD, 택소노미(Taxonomy) 규정을 ‘간소화'하는 내용의 옴니버스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미 한차례 제정 논의가 완료된 EU 지침들은,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이 대립한다는 허상의 이분법과 “관료주의” 담론에 갇혀 성급히 재검토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기업들마저도 이러한 재검토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U 옴니버스 개정 절차 및 (최근 미국 때문에 더욱 악화된 바 있는) EU 자체 경쟁력에 대한 협소한 접근이, 효과적인 지속가능성 규제가 가장 필요한 현 시점에 해당 규제에 관한 EU의 기존 방향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시민 사회, 정치권, 학계, 투자자, 기업 등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옴니버스 패키지는 또한 CSDDD의 실질적 이행 및 EU 회원국 국내법에의 반영에 관한 논의까지 방해하고 있다.
입법 경과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5년 2월 26일 옴니버스 I 패키지 초안을 발표했다. 옴니버스 I 패키지는 통일된 민사책임 규제를 폐지하고 기업의 실사 의무를 직접 공급업체(1차 공급망)에만 집중시키겠다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일부는 이를 두고 “쓰라린 모순”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개정안은 독일 공급망법에서 이미 특정 로비 단체들이 주장해 온 접근법으로, 기업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규제를 준수할 위험을 심화시키고 관료주의적인 기업 실무 행태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는 옴니버스 패키지 초안에 대한 2025. 6. 자 문건에서 EU 지속가능성 규제의 적용 범위와 효력이 더욱 축소될 것임을 시사했다.
2025년 10월 13일,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극우 세력과 결탁하겠다는 보수 진영의 위협 속에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에서 이번 개정에 대한 논의를 이끄는 법사위원회(Committee on Legal Affairs)는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위임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하단 표 가장 오른쪽 열 참조, Frank Bold 제공).
옴니버스 I 패키지의 일부인 소위 ‘규제 유예(‘Stop-the-clock’)’ 법안은 이미 국가별 CSDDD 이행 기한을 1년 연기하여 2027년 7월 26일로 정하고 있다.
속보: 2025년 10월 22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는 위임안을 바탕으로 EU 이사회 및 유럽집행위원회와 3자 협상(trilogue)을 진행하라는 법사위원회의 협상안이 부결되었다. 이에 대한 수정 타협안에 대한 논의 및 표결이 1월 12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다음 본회의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련 논의는 하단 타임라인 참조.
